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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등에 대한 주관적인 리뷰가 올라오는 공간입니다 그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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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창이 뭔지 미리 알았다면!





 딕슨 카의 소설은 전집 1, 2권에서는 실망하고 연달아 세권은 굉장히 만족스럽게 보는 기이한 리듬을 타고 있는데, 특히 초록 캡슐의 수수께끼와 품절이라 가장 늦게 구해볼 수밖에 없었던 이 책이 그 중에서도 발군이었다.(왜 딕슨 카의 소설이 고전인지 알 수 있는 책들이었지...)


 글 내에서 제목인 유다의 창에 대해 초반부터 계속 언급이 되는데 그 말이 특별한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경 특유의 비유인줄 알았지 '그린 마일' 처럼 일종의 교도소와 관련된 은어인 줄은 몰랐다. 만일 알았다면 좀 더 재밌게 볼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지만... 트릭과 관계있으니 설명할 수 없었을테지.


 글 자체는 굉장히 훌륭한 편이다. 전개도, 스토리도 구성도 좋은 편이고 트릭도 뛰어나다. 특히 극 초반부터 대두되는 질문, '왜 피해자는 그런 일을 했을까?' 에 대한 트릭이 굉장히 뛰어났다.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현대 영미 추리소설에 흔히 쓰이는 법정물이라는 말에 손색없는 소설. 별 넷 반!

Posted by 그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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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전에 ∥ 이 글을 잘 읽으시는 방법

1. 파란색 볼드체로 쓰여져 있는 글씨는 책 제목이며, 링크를 걸어두었습니다.
더 다양한 정보를 얻고 싶으실 땐 클릭하시면 yes24의 해당 책으로 연결됩니다.

2. 인용된 책 표지는 각 문단 아래에 회색 이탤릭체로 책 정보를 표시해 두었습니다.
해당 책에 대한 추천이 본문에 없는 경우 책 제목과 함께 짧은 리뷰를 써 두었으니 참고하세요.

3. 제가 추천하는 책들은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선정된 책들입니다.
도서 취향이란 제각각이기 때문에 제가 추천해드린 책이 취향에 맞지 않으실 수도 있고,
글의 진행과 읽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 임의로 정한 기준에 정확히 맞지 않으실 수도 있어요.
이 글에 추천된 추리소설만 읽겠다는 생각을 마시고 어떤 책이고 부딪혀 보는 것을 권장해요.



 

 

 

 

  • 장르문학과 추리소설

 장르문학이 무엇인지, 장르문학이라는 장르를 따로 두어 성립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많은 부분 중에 하나에요. 예술성, 문학적 완성도를 중시하는 순수문학의 반대 개념이다라고 말하는 쪽도 있고, 혹은 미스터리와 스릴러를 비롯한 추리소설 장르만이 장르문학이다는 주장에, 문학에 장르를 따로 두어 구별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쪽도 있죠. 개인적으로는 물론 문학에 장르적 특성을 이유로 구분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편의를 위해 굳이 규정짓자면 미스터리, 스릴러, 탐정물을 포함한 추리소설, SF, 판타지, 무협, 공포물 등 순문학이 아닌 대중문학 중 소설에 객관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장르적 특성을 가진 몇몇 장르의 소설을 장르문학이라고 생각해요. 

 

 다시 말하자면 추리소설은 장르문학의 한 가지 종류이고, 추리소설에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미스터리, 스릴러, 탐정소설등의 다양한 분류가 있어요. 자, 이제 기본은 알았으니 추리소설을 재밌게 읽기 위해 길을 떠나 볼까요? :)

 

 

 

 

 

 

  • 추리소설은 어떻게 읽기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명탐정의 규칙 심심한데 시간이나 때우게 대충 추리소설이나 한 권 볼까? 전 종종 들었던 말인데요, 의외로 다독하는 친구들에게 많이 들어본 말이에요. 추리소설(혹은 장르문학 전체)을 가볍거나 문학적 가치가 없는 책으로 생각하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움베르토 에코를 추리소설 작가라고 말할 순 없지만 움베르토 에코가 쓴 장미의 이름은 분명 추리소설이죠. 아래에 추천해 드릴 추리소설 중에도 문학적 가치를 수십년, 길게는 수백년에 걸쳐 수없이 많은 독자와 전문가들에게 인정받아온 책들이 많아요.

 

 추리소설을 받아들이는 첫 걸음은 먼저 추리소설이 문학적 가치가 없는 가벼운 책이라는 인상을 버리는 겁니다. 추리소설이라고 그냥 한번 읽고 어딘가에 던져놓고 잊어버릴 가벼운 책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 추리소설이 담고 있는 미스터리한 트릭과 그것이 주는 긴박감있는 서스펜스는 물론이거니와, 추리소설이 보여주는 문학적 매력을 맘껏 느껴보세요.

 

 두 번째는 고전부터 읽어보시라는 거에요. 제가 책을 추천할 때 언제나 하는 말이 있는데 고전은 고전인 이유가 있고, 명작은 명작인 이유가 있다는 거거든요. 오랜 시간동안 여태껏 사랑받아온 작품들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특히 영미로 대표되는 서양권 추리소설의 경우 코난 도일, 모리스 르블랑, 애거서 크리스티, 엘러리 퀸, S. S. 반 다인, 존 딕슨 카, 체스터튼 같은 고전 명작을 읽고 시작하시는 것이 좋아요. 굳이 이유라면 영미 추리소설의 성격 자체가 분석적이고 수사기법을 중시하는 쪽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최근의 영미 추리소설을 먼저 읽으신다면 고전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세 번째는 단편부터 읽어보시라는 겁니다. 사실 잘 쓰여진 장편 추리소설 중 말 그대로 스릴러와 서스펜스라는 게 어떤 건지 보여주는 걸출한 작품도 많지요. 개인적으로는 호흡이 긴 작품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처음부터 장편 소설을 읽다 보면 지치실 수 있으니 가볍게 단편 추리소설부터 시작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럼, 가볍게 소설을 추천드려 볼게요.

 

 

사진1  히가시노 게이고, 「명탐정의 규칙」 - 본격 추리소설에서 사용하는 암묵적 패턴을 교묘히 비틀어 낱낱이 내보이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작품이에요. 오늘날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히가시노 게이고가 직접 추리소설의 트릭을 고백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책 속의 단편 한 작품 한 작품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한 번 읽어볼 만한 작품인 것 같아요. 다만, 기존의 본격 추리소설에서 결정적으로 사용된 트릭이 여과없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 스스로 추리소설의 트릭과 패턴을 어느 정도 습득하고 있어야 재미가 두 배가 되는 작품이기 때문에 추리소설에 대한 내공이 많이많이 쌓인 후에 추천합니다 :)

 

 

 

 

 

 

  • 추천하는 추리소설 

   


· 추리소설을 한 번도 접해 본 적이 없다.

· 셜록 홈즈라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주드 로의 액션 영화 '셜록 홈즈' 를 본 게 전부다.

·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 혹은 TV 오락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를 모티브로 했다는데 그게 뭔지 몰라서 답답했다.

 Step 1. 추리소설 시작하기

  

 위의 세 항목에 해당되시는 분들은 아직까지는 추리소설과 친숙하지 않은 분들인 것 같네요. 한 번도 추리소설을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차례대로 추천하는 고전코스를 밟아보시는 것은 어떠세요? 고전이라고 겁 먹지도, 낡았다고 거부감을 갖지도 마세요. 추리소설의 고전은 그것에서만 느낄 수 있는 훌륭한 풍미를 가지고 있어요.

 

셜록 홈즈 전집 4 먼저 아서 코난 도일 경의 셜록 홈즈 시리즈 필히 다 읽으셔야 하는 작품입니다. 에드거 앨런 포가 최초로 추리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면, 현재의 추리소설이 있도록 그 장르를 정착시키고 대중화시킨 것은 아서 코난 도일, 그의 작품 셜록 홈즈 시리즈라고 할 수 있어요. 백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그 소설을 사랑해서 그의 작품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만일 아홉권이 너무 길다고 생각한다면 개인적으로 단편집 다섯 권(셜록 홈즈의 모험, 회상록, 귀환, 마지막 인사, 사건집)과 장편 공포의 계곡을 추천해요.

 

 공포의 계곡에서 셜록 홈즈는 숙적 모리어티 교수 부하 중 한 사람인 포록이 보낸 암호문을 풀다가 벌스톤에서 벌어진 수수께끼의 살인사건에 관여하게 됩니다. 총신을 30cm정도 잘라내고 방아쇠는 하나로 묶어놓은 산탄총, 근거리에서 그 총알을 다 맞고 얼굴이 산산조각난 피해자, 결혼반지를 빼간 살인자, 사라진 아령, 남편이 살해당한 몇 시간 후 남편의 친구와 기쁘게 웃고 있는 아내…. 과연 이 끔찍한 살인사건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요? 셜록 홈즈의 추리소설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살인사건의 수수께끼가 풀린 이후에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가 더욱 백미인 작품입니다. 장편 작품 중 처음으로 모리어티 교수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나오는 작품이기도 하니 필독!


 

 그러면 애거서 크리스티로 넘어가 볼까요? 애거서 크리스티 역시 추리소설 필독서 목록에 꼭 이름을 빼놓지 않는 몇몇 작품을 배출해 낸 훌륭한 작가죠. 60여년에 달하는 집필기간동안 발표한 수십편의 작품이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하고 있으며, 현재 발표된 정통 미스터리, 스릴러물에서 쓰인 트릭 중 수많은 트릭을 애거서 크리스티가 최초로 고안해냈습니다. 흔히 고전 추리소설의 트릭은 단순하고 현대 스릴러물에서 볼 수 있는 서스펜스는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처음부터 꼼꼼히 읽어보신 분이라면 그런 말씀은 하지 않으실 겁니다! 추천 작품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열세 가지 수수께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0시를 향하여에요.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6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당시 볼 수 없었던 혁신적인 줄거리와 충격적인 결말로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인데요. 수십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다양한 매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그 소스를 가져다 쓸 정도로 충실한 소설적 구성으로 짜여져 있기도 합니다. 열 사람이 한 외딴 섬으로 여러 가지 가짜 핑계로 불러들여집니다. 하지만 첫날 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도덕적으로 살인이라고 볼 수 있는 죄를 저질렀음을 알게 되고, 이렇게 한 섬으로 본인들을 불러낸 사람이 누구인지, 왜 자신들을 처벌하려고 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모인 사람들이 한 명씩 죽어 나가게 됩니다. 범인의 정체와 목적은 뭘까요? 여러분이 펼친 맨 마지막 장에 남은 최후의 1인, 그 사람이 범인일까요? 한 사람씩 죽어나가는 내내 범인이 누굴지, 또한 의도는 무엇일지 내내 추리하면서 읽게 되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당시의 추리문학에서 보기 힘든 새로운 구성의 작품으로 그 이후 비슷한 구성의 소설들을 줄줄이 양산해 낸 한 계파의 우두머리같은 소설이라면, 0시를 향하여는 구성이나 트릭 자체는 크게 새로울 것이 없지만 작품 전체에서 그것들을 맛깔나게 버무려 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혼한 부부인 오드리와 네빌은 우연히 네빌의 아주머니인 트레실리안 부인의 집에서 동시에 휴가를 보내게 됩니다. 네빌의 현 부인인 케이가 오드리에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네빌은 케이와 오드리 사이에서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오드리는 무언가 겁에 질린 듯한 상태에서 셋 사이엔 묘한 기류가 흐릅니다. 와중에 저택에 초대받았던 늙은 범죄학 전문가인 트레비스 씨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어떤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후 돌아가던 길에 살인자가 놓은 교묘한 덫에 빠져 목숨을 거두게 되지요. 혼란스러운 가운데 트레실리안 부인 역시 네빌과 언성을 높여 싸운 뒤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네빌이 살인자로 지목당하게 되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고, 소설이 진행되는 동안 사건 전체에 깔려있는 살인자의 악의와 그로 인한 묘한 긴장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하고 싶네요.

 

 열세 가지 수수께끼는 포와로와 더불어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탐정인 미스 마플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마플 양과 마플 양의 이웃, 조카, 친구를 비롯한 수 명의 사람들이 화요일 밤마다 모여 서로 아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하며 그 비밀을 푸는 모임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추리소설 작가, 변호사, 전직 런던 경시청장 등 쟁쟁한 인물들을 물리치고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것은 언제나 마플 양이지요. 제목을 보시면 알 수 있듯이 열세 가지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 작품이에요. 수수께끼를 풀듯이 단편을 보며 범인을 추리하기에 더없이 좋은 작품이죠.

 

 그 외에 에드거 앨런 포의 황금 곤충, 마리 로제 미스터리, 도둑맞은 편지(이하 세 작품은 국내에서는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집 우울과 몽상에 수록)와 엘러리 퀸X의 비극, Y의 비극도 기본적으로 한 번씩 보아야 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반 다인의 작품도 필독서 중 하나죠. 북스피어에서 파일로 밴스의 정의, 파일로 밴스의 고뇌라는 제목으로 책이 나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각각 스카라베 살인사건과 주교 살인사건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존 딕슨 카 역시 빠져서는 안되는 작가입니다. 번역은 좀 안타깝지만 동서문화사에서 출간한 작품 황제의 코담뱃갑과 로크미디어에서 나온 밤에 걷다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북하우스에서 전집이 나온 길버트 키스 체스터튼브라운 신부 전집도 읽어볼만 합......니다만 번역과 편집의 극악함은 각오하셔야 할거에요.

 

 추리소설 시작하기에서는 일본 소설은 제외하고 추리소설의 아버지와 어머니라고 불리는 코난 도일과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과 더불어 소위 고전 황금기라고 불리는 시기의 작품들을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소개하지 않았다고 해서 일본 추리소설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작은 건 아니에요. 처음 접하기 쉬운 작품으로 꼽다 보니 자연스레 빠지게 됐네요. 뒤이어 추리소설 익숙해지기에서는 일본 소설도 소개됩니다.

 

 여기까지 잘 따라오셨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볼까요? :)

 

 

 

 

·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와 애거서 크리스티의 유명한 몇몇 작품은 봤다. 그 이후 추리소설을 또 보고 싶은데 무엇부터 봐야할지 잘 모르겠다.

· 챈들러? 밸린저? 울리치? 르카레? 해밋? 맥도널드? 맥베인? 프랜시스? 이름은 들어봤는데 어떤 작품을 썼는지는 모르겠다. 읽고 싶은데 국내에 출간이 됐는지, 됐다면 어떤 작품을 봐야 하는지 헷갈린다.

· 일본 추리소설을 보고 싶다. 하지만 워낙 국내에 출간된 작품이 많고 이전에 일본 소설을 본 적이 없어 무엇부터 봐야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Step 2. 추리소설 익숙해지기

 

 '추리소설 익히기' 단계에 해당되는 분들은 추리소설이 낯설진 않지만 아직 많은 작품을 접해보진 못하신 분들이에요. 여기서는 추리소설의 고전 황금기를 지나 형식상으로 많은 변화를 만들어 낸 20세기 중반기의 작품(챈들러, 밸린저, 울리치 등)과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재밌게 보면서 따라와 주세요.

 

 먼저 레이먼드 챈들러에요. 주로 하드보일드 문학, 트렌치 코트를 입고 밤하늘 아래서 담배를 피우는 사나이, 시니컬한 탐정과 같은 이미지로 유명하죠. 대표작으로는 탐정 필립 말로가 나오는 하드보일드 추리 소설 기나긴 이별, 안녕 내 사랑 등이 있습니다. 챈들러의 소설은 위에서 말했다시피 하드보일드한 문체와 말로의 캐릭터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어요. 사실 개인적으로 챈들러의 소설은 고전 황금기의 소설에 비해 스토리나 구성상 큰 발전을 이루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후의 하드보일드 문학에서 공식처럼 따르게 되는 주인공 캐릭터를 확고히 한 점과 당시의 미국 사회를 소설 속에 절묘히 녹여냈다는 점(이것이 바로 영국 정통 미스터리가 이끌었던 고전 황금기 소설과의 차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그 문체만큼은 높이 평가하고 싶어요. 이 사람에게 매료된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자취를 자신의 분야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쫓고 있지요. 무라카미 하루키, 프랭크 밀러, 마틴 스콜세지, 코언 형제 등... 이 사람들의 면면만 봐도 챈들러의 작품이 당시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네요.

 

밤 그리고 두려움 1 다음은 코넬 울리치입니다. 우리 나라에는 윌리엄 아이리쉬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하니 그 필명이 더 익숙하신 분도 계실지 모르겠네요. 아내와 다투고 홧김에 뛰쳐나와 우연히 만난 여인과 그 날 아내와 하려던 일들을 모두 하고 돌아왔더니 집에는 아내가 자신의 넥타이로 목이 졸려 죽어 있습니다. 알리바이를 증명하기 위해 만났던 여인을 찾기 시작하지만 말 그대로 환상이었던 것처럼 그 여인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지요. 세계 3대 추리소설을 꼽으라면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앨러리 퀸의 Y의 비극과 함께 항상 꼽히는 환상의 여인의 줄거리입니다. 이 책은 이미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는 책이니 저는 단편집 밤 그리고 두려움도 같이 소개해볼게요. 전 이 단편집이야말로 코넬 울리치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알차게 담아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불우한 삶을 살았기 때문인지, 울리치의 소설에서는 여타 다른 하드보일드 소설에서는 느끼기 힘든 기묘한 분위기가 있다고 느꼈거든요. 한 발자국 떨어져서 현실을 느긋이 관조하기도 하고, 어리석고 한심한 인물을 묘하게 비웃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인상적으로 읽은 소설은 1권의 담배와 윌리엄 브라운 형사라는 단편이었어요.

 

 자, 그리고 대망의 빌 S. 밸린저입니다. 이전 글을 읽으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천재라는 수식어를 아낌없이 보내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지요. 국내에는 은혜로운 북스피어에서 이와 손톱, 연기로 그린 초상, 기나긴 순간의 세 작품을 번역해서 내놓았습니다. 마프방에서 여러 차례 추천했던 연기로 그린 초상을 제외한 두 작품 중에 이와 손톱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할까요.

 

이와 손톱 이와 손톱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출판사에서는 초판 한정으로 결말 부분을 봉인해두고 그 부분을 열지 않고 가져오면 환불을 해 주는 대담한 마케팅을 했다고 해요. 이 마케팅은 아직까지도 추리소설을 비롯한 여러가지 다양한 매체에서 심심찮게 회자되고 있을 정도로 대담하고 공격적인 방법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독자들이 읽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대단한 결말을 준비했으며 결말을 읽지 않으면 이 소설을 다 보지 않은거라는 자신감이며, 한 편으로는 독자들의 호기심을 더욱 증가시키는 방법이기도 했지요. 환불 마케팅은 하지 않았지만 북스피어에서도 초판 한정 봉인판 도서를 내놓았었던 기억이 나네요. 사실 그리고 그만한 가치가 있는 소설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소설은 아이샴 레딘이라는 남자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 남자와 마술사였던 루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면서 나와요. 각각의 이야기는 하나는 법정 스릴러, 다른 하나는 루의 과거로부터 출발하여 전혀 다른 줄거리를 풀어놓다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조금씩 연관이 되는 듯 싶더니 종내에는 결국 하나로 합쳐지며 충격적 결말을 그립니다. 마지막 한 장까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고 긴장을 늦출 수 없이 보게 되는 소설이에요. 이전에 연기로 그린 초상을 재밌게 보셨던 분께는 물론, 밸린저의 소설을 접한 적이 없으셨던 분께도 강추하는 소설이고요.

 

 그 외에 대실 해밋몰타의 매, 존 르카레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로스 맥도널드위철리가의 여인도 꼭 읽어보셨으면 하는 작품들입니다. 사실 이 세 작품은 추리소설을 갓 접한 사람이 읽기에는 조금 무겁고 힘이 든 게 사실이지요. 미국 역사 내지는 당시의 미국 사회상들이 묵직하게 작품 전체에 깔려 있으니까요. 하지만 세 작품 모두 그렇기에 더더욱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들이기도 합니다. 참, 몰타의 매와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는 현재 작품 선정이 좋아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열린책들 세계문학의 라인업에 속해 있네요. 작품성에 대해 더 이상 부언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해요 :)

 

 그리고 드디어 여기까지 왔으니 일본 추리소설에 대해 소개를 해 보기로 할까요! 앞에서 말씀드렸지만, 일본 추리소설은 본토의 시장도 넓고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선호도가 높거니와 영미시장에서도 높이 평가받는 작품들이 많아요. 다만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소개하지 않았던 것은 일본 추리소설 특유의 정서가 처음 추리소설을 접하시는 분들께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 있고, 처음부터 일본 추리소설을 접하기 시작하면 작품의 기저에 깔리는 정서의 차이 때문에 쉽사리 서양권 추리소설을 접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많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여기까지 따라오셨다면 이미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이신 분일 터! 이젠 빼어난 일본 추리소설 몇 작품을 만나러 가 봅시다.

 

에도가와 란포 전 단편집 1 에도가와 란포 전 단편집 2 에도가와 란포 전 단편집 3

 

 일본 추리소설을 이야기하면 가장 먼저 나와야 할 사람이고,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이며 현재 일본의 쟁쟁한 추리소설 작가들이 존재하도록 만든 사람을 꼽자면 당연히 에도가와 란포지요. 에드거 앨런 포에서 따왔다는 필명이 주는 얼핏 우스운 첫인상과 달리, 란포의 작품은 영미 탐정물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초기 작품부터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가 잘 나타나 있는 후반부의 작품까지 어느 하나 빼놓기 어려운 수작들입니다. 김전일의 할아버지인 긴다이치 쿄스케와 함께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는 아케치 코고로라는 명탐정을 탄생시킨 작품들이기도 하고요. 우리 나라에 출간된 작품 중에서는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 2, 3 이 각각 본격추리 1, 2와 기괴환상이라는 제목으로 란포의 단편을 완역해 둔 책이고요, 동서문화사의 DMB 시리즈로 외딴섬 악마와 단편집 음울한 짐승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번역의 질이나 선정된 작품 둘 모두 전단편집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란포의 작품 중 최고로 꼽는 음울한 짐승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요? 주인공인 추리소설작가는 황실박물관에 들렀다가 우연히 유망한 실업가의 아내인 시즈코를 만나게 됩니다. 자신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는 말에 기뻐하며 연락을 이어가던 중, 시즈코가 결혼 전 만났던 남자에게 협박을 받고 있으며 그 남자가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은 추리소설 작가인 오에 슌데이라는 걸 알게 되지요. 나는 이미 절필을 선언하고 잠적한 슌데이의 흔적을 쫓고, 시즈코는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묘사하는 편지가 집 어딘가에서 슌데이가 시즈코를 관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두려워합니다. 그러던 중 시즈코의 남편이 기묘한 차림으로 살해되어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하고요.

 

 일본 추리소설, 그 중에서도 란포의 작품에서 맛볼 수 있는 음울하고 기괴한 정서가 함뿍 녹아들어 있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란포의 작품은 대체로 모두 좋아하는 편이지만, 일본 추리소설, 특히 란포 작품의 경우 호불호가 아주 크게 갈리곤 해요. 가끔 일본에서 발생하는 몇몇 범죄와 혹은 제작한 영화를 보면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어떤 눅눅하고 찐득한 정서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일본 소설, 특히 란포의 작품을 읽기 위해서는 그 정서를 이해할 수 있으셔야 합니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지 마세요. 그 정서를 표현하는 란포의 솜씨만큼은 일품인 작품이니까요. 어느새 작품에 깊이 빠져들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팔묘촌 란포의 소설을 읽으며 후반부의 그 기괴한 정서도 좋지만 초반부 어쩐지 빈곤해보이는 아케치 코고로가 해결하는 탐정물이 더 맘에 드셨던 분이 있으신가요? 그 둘이 절묘히 결합된 소설도 있지요.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들입니다. 초기 일본 추리소설은 교묘한 트릭과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없게 빙빙 꼬인 인간관계의 실, 전후 일본 사회의 기괴하고 암울한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낸 것이 특징입니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 역시 그래요. 흔히 이런 장르를 신본격이라고 하죠. 란포는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 요코미조 세이시는 신본격의 아버지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 중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옥문도도 좋지만 조금 이색적으로 팔묘촌을 소개해볼까 해요. 팔묘촌은 소년탐정 김전일 09권 쿠치나시촌 살인사건을 먼저 보셨다면 익숙할만한 설정으로 초반부가 시작합니다. 전국시대, 황금을 싣고 여덟명의 패주무사가 마을로 도망쳐옵니다. 처음엔 손님을 극진히 대접했던 마을 사람들은 황금에 눈이 멀어 그들을 살해하지요. 이후 마을에 연이어 이상한 일이 발생하자 마을 사람들은 패주무사들을 위해 제를 극진히 올리고 마을의 수호신으로 받듭니다. 시간이 흘러, 주인공인 타츠야는 전쟁 후 자신을 찾는 라디오 방송에 따라 한 법률사무소를 찾았다가 자신이 팔묘촌의 세가인 다지미 가문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요. 하지만 팔묘촌에 방문하기도 전에 팔묘촌으로 돌아오면 안 된다는 경고장이 날아들고, 심지어 할아버지는 자신의 앞에서 독살당합니다. 한편 타츠야는 아버지인 요조가 26년 전 광기에 사로잡혀 마을 사람 32명을 살해하고 사라진 미치광이라는 것을 알고 충격에 사로잡히고, 마을사람들에게 소름끼치는 환영인사를 받게 되는데요.

 

 신본격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 팔묘촌은 살인사건, 패주무사의 보물찾기, 기묘한 매력을 가진 여성과의 로맨스, 비밀지도, 목숨을 건 추격전, 동굴 속 미로 등 추리소설에 매력적인 여러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세이시의 다른 작품에서는 다소 납득하기 힘든 정서도 있었는데요, 이 작품은 비교적 감정선을 따라가기 쉬워 저도 편히 읽었던 기억이 나요. 하지만 만일 세이시를 비롯한 신본격의 매력이 그 기괴한 정서에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조금 아쉬우실지도 모르겠으니 참고해주세요.

 

 여기까지 잘 따라오셨나요? 그럼 마지막 단계인 추리소설 여유있게 즐기기로 가 보아요 :)

 

 

 

 

· 위에서 나열한 책의 80% 이상은 읽은 책이다. 이 소개글이 지루하다.

· 란포 이후의 일본 추리소설을 보고 싶다.

· 20세기 중후반 이후의 현대 영미 미스터리물을 보고 싶은데, 작가가 너무 많고 작품은 더 많다. 아무거나 읽어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고,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작품을 보고 싶다.

 

Step 3. 추리소설 여유있게 즐기기

 

 이 단계까지 오신 분들, 환영합니다! 여기서 제 인사를 듣고 계신 분은 스텝 1, 2를 충실히 밟고 추리소설에 대한 기본기를 쌓고 오신 분이거나 아니면 이미 다수의 추리소설을 섭렵하신 고수이시겠군요. 사실 계속 글을 쓰면서도 여기서 어떤 책을 추천드려야 할지 걱정이 한가득이었습니다. 미흡하더라도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세요.

 

 먼저 가볍게 일본 추리소설부터 시작해봅시다. 앞에서 추천해드린 세이시를 꼼꼼히 읽어보신 분, 내지는 시마다 소지, 아야츠지 유키토, 아비코 다케마루 등의 신본격을 읽어오신 분들이라면 이제 슬슬 트릭에만 집중하는 일본 소설에 진력이 나실 때가 되셨을 겁니다. 범인이 누구인지 꽁꽁 숨기기 위해 교묘한 트릭과 철저한 알리바이를 첩첩이 쌓아두며 때로는 소설 구성의 변형도 서슴지 않는 신본격 소설 역시 매력적이지만 뭐든지 계속 반복하다 보면 싫증이 나게 마련이죠. 이제 조금 다른 형식의 일본 추리소설, 사회파 추리소설을 보기 시작할까요? 

  이유
 미야베 미유키이유는 정통 사회파 추리의 여왕이라는 미야베 미유키의 명성에 걸맞게 작품 전반에 걸쳐 한 가지의 살인사건 이면에 존재하는 수많은 이유와 그 사회적 배경을 심층적으로 탐구하고 있는 소설이에요. 일본의 버블경제를 상징하는 고층건물인 반다루 센주기타 뉴시티의 웨스트 타워에 입주해 살던 4인 가족이 모두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경찰은 아파트 관리실에 등록된 정보로 그 집에 살던 사람들이 고이토 씨 가족인 것을 알아내지만, 곧이어 문제의 2025호에서 거주하다가 살해당한 네 명의 사람들이 모두 고이토 씨 가족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집니다.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고 조용히 소유주도, 거주자도 바뀌어있었던 거죠.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모두 당황하고, 경찰은 이웃과 관리인 등의 도움을 얻어 수사를 속개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2025호에 살던 사람들은 누구인지, 고이토 일가는 왜 소리소문없이 그 집을 빠져나갔는지, 그 날 2025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려가요. 각각의 장에서 이루어지던 이야기들이 그 날의 미스터리를 향해 수렴되고, 관련된 사람들이 하나씩 무대 위에 등장하면서 작품을 보는 독자들의 텐션 역시 같이 올라가지요. 미야베 미유키가 왜 대가라고 불리는지 알 것 같은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이 작품에서 특기할만한 점은 미야베 미유키 본인이 작중에서 직접 말하듯이 하나의 살인사건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관련되어 있는지 보여준다는 거에요. 살인사건에 피해자와 가해자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고, 작가 본인도 그저 '많은 사람들' 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그 면면을 하나하나 관찰해 묘사하는 것이 독특하다고 할 수 있죠. 어쩌면 그 점에 있어서 처음엔 다소 지루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이 소설을 포기하진 마세요! 곱씹어 한 자 한 자 시간을 들여 읽다 보면 제가 추천한 이유를 반드시 알게 되실 거에요.

 

 미야베 미유키의 다른 소설을 읽고 싶으시다고요? 조금 가볍게 발걸음을 돌려 볼까요? 연쇄살인사건에 관련된 열 명의 사람들의 지갑이 여러분에게 말을 겁니다. 인간이 아닌 사물의 눈으로 보는 인간의 세계는 색다르고 독특하지요. 열 개의 단편으로 하나의 장편을 꾸려낸 참신한 구성과 추리소설 본연의 재미도 갖추고 있는 이 작품도 놓치지 마세요. 나는 지갑이다에요. 물론 이미 읽으신 분들이 많겠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인 모방범도 꼭 읽으셔야 할 작품 중 하나이며, 이유를 인상깊게 읽으셨다면 마찬가지로 심도있게 사회적 주제를 다루고 있는 화차도 좋은 작품입니다.

 

 미야베 미유키를 읽으셨으니 히가시노 게이고도 읽고 오세요! 여러분은 이미 추리소설에 많이 익숙해지신 분들이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많은 작품을 읽어보셨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기본부터 한 번 되짚어 볼까요? 얼마 전에 고수, 손예진 주연으로 개봉해 화제가 되었던 영화의 원작 백야행은 읽어보셨나요? 자신의 불우한 운명을 개척하고자 누구든 짓밟고 이용하는 여자, 그리고 그림자처럼 그녀의 뒤에서 그녀를 위해 자기의 온 생애를 다 바친 한 남자의 이야기지요.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는 최근보다 초기에 발표한 작품 중에 더 빼어난 작품들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백야행이 그 중 진미에요. 조금 색다르게 단편집 독소소설, 흑소소설, 괴소소설도 좋습니다. 다른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부언하자면 용의자 X의 헌신은 이야기도 트릭도 다소 심심했으며, 방황하는 칼날은 담아내고자 하는 주제에 비해 이야기가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라 아쉬웠습니다.

 

13계단 우행록

 

 요즘의 일본 추리소설은 신본격이니 사회파니 하는 '파'를 넘어서 다양한 양질의 추리소설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는 추세입니다. 전도유망한 몇몇 작가들의 작품도 잊지 말고 읽어보시는 편을 추천해요. 다카노 가즈아키는 참으로 오랜만에 일본 추리문학계에서 발견한 인재라는 느낌이 드는 작가였습니다. 글을 읽다 보면 분명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힘도 부족하고 문체도 다듬어지지 않은 것이 보이는데 어쩐지 글을 쓰는 스케일이 크다는 생각이 드는 작가가 있습니다. 다카노 가즈아키가 그렇죠. 글을 매끈하게 쓰는 작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글을 보면 어쩐지 커다란 캔버스에 거침없이 그림을 그려내는 거장의 솜씨가 느껴져요. 이야기가 진행되는 큰 그림을 그릴 줄 안다고 해야 할까요. 글 곳곳에 뿌려진 단서를 피날레로 거침없이 끌고 나가는 능력은 신인작가라고 믿을 수 없는 정도에요. 더욱 발전해나갈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작가입니다. 데뷔작인 13계단은 꼭 읽어보세요.

 

 누쿠이 도쿠로 역시 놓치긴 아까운 작가죠. 데뷔작인 통곡 역시 독자 및 평론가들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받는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 우행록을 꼭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우행록이라는 제목은 어리석은 행동의 기록이라는 뜻으로, 4인 가족 참사 사건이 일어난 지 1년 후에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살해당한 피해자 가족의 이웃 사람들에게 그들의 행실에 대한 진술을 듣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소설이에요. 철저히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진행되는 소설 속에서 독자들은 실제로 소설 속의 인물들에게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 같은 기분에 빠지게 되고 서서히 우행록, 이 제목이 뜻하는 바에 대해 깨닫게 되지요. 피해자, 그리고 가해자, 음험한 속을 내보이며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사람들, 그리고 심지어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모두가 우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말없이 지적하고 있는 겁니다. 일견 독자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부분을 능숙하게 풀어내는 솜씨가 참으로 탁월합니다.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꼭 시간을 내어 읽어보세요.

 

 이제 다시 영미 미스터리로 돌아가 볼까요? 이번에는 조금 익숙하신 작품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바야흐로 고전 황금기의 작품들과 20세기 초반 미국의 하드보일드, 느와르물을 거쳐 비교적 익숙하실 현대 영미 미스터리를 소개해드리려고 하거든요. 고전 황금기에는 주로 영국의 걸출한 고전 작가들이 주축이 되어 다양한 유형의 탐정, 혹은 사건의 주인공이 사건을 추리하는 정통 미스터리물이 대다수였고, 그 후에는 미국의 몇몇 작가들을 중심으로 해 급변하는 사회상과 암울한 시대적 배경을 담아내는 하드보일드, 느와르물이 주류를 이끌었죠. 지금 소개시켜드릴 현대 영미 미스테리는 다시 거기서 한 단계 발전을 이룩한 장르입니다. 경찰 수사시 과학수사기법이 정착되고 더 나아가 범인을 추리하는데 프로파일링과 같은 범죄심리 수사기법이 쓰이기 시작하면서부터 미스터리 장르에서도 이와 같은 변화를 적극 수용했고요. 이야기 진행에 있어서 단순히 범인을 알아내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독자가 느끼는 심리적 긴장을 유발하기 시작했거든요. 다시 말해 이런 작품들을 이끄는 분위기는 주로 읽는 독자를 조마조마하게 하는 스릴러와 서스펜스물이고, 장르에 있어서는 과학수사물, 법정물, 법의학물 등으로 특화된 경우가 많죠. 그래서 읽으시면서 다소 비슷비슷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작품들의 분위기와 장르가 상당히 비슷해지면서부터 좋은 작품을 선별하는 것이 힘들어진 것 같아 아쉽게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옥석을 제대로 가려낼 줄만 안다면 다른 장르와 마찬가지로 여기도 수많은 보석들이 숨어있다는 걸 보실 수 있을겁니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먼저 제임스 코넬리로 시작하겠습니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의 주인공인 미키 할러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2대째 변호사 일을 하고 있는 변호사에요. 링컨 타운 카에 집착하고, 휴고 보스 정장 이하로는 입지 않으며 돈이 되는 뒷골목 범죄자의 변호를 주로 맡고 있는 타락한 변호사지만, 한 편으로는 자신도 모르게 돈이 되지 않는 무료 변호를 맡아버리기도 하고 언젠가 찾아올 '무고한 의뢰인'을 놓치지 않고 싶어하는 양심이 남아있는 인물입니다. 어느 날 우연히 맡게 된 변호 사건에서 생전 처음으로 결백한 의뢰인의 냄새를 맡은 미키 할러는 변호에 매진하지만 사건이 진행되며 의뢰인의 비밀이 점점 밝혀지는데요.

 

 저는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그 풍미가 짙으면서도 세련된 느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작품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느와르물인 해리 보슈 시리즈를 오래 집필한 탓인지 느와르의 향기가 나기도 하고요. 해리 보슈가 누구냐고요? 해리 보슈란 코넬리가 창조한 탐정으로, 코넬리의 데뷔작과 그 이후의 십수개의 해리 보슈 시리즈에 등장하는 캐릭터입니다. 범죄와 그 근원인 악은 절대 근절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세상은 원래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범죄와 그 근원의 악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매력적인 인물이죠. 해리 보슈가 나오는 작품은 국내에 세 가지 번역되어 있으며(블랙 에코, 유골의 도시, 시인의 계곡), 해리 보슈 시리즈 역시 꼭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니 권해드려요. 느와르를 좋아하지 않으셔도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하드보일드나 느와르물을 좋아하지 않지만, 코넬리가 창조한 느와르의 세계만큼은 참으로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했던 작품이니까요. 참, 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해리 보슈는 방금 소개해드린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의 주인공인 미키 할러와 이복형제 사이기도 하답니다.

 

영원히 사라지다

 다음은 할런 코벤입니다. 국내 출간된 작품 여러 개 모두 훌륭한 수작이지만 여기서는 영원히 사라지다에 대해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임종 직전, 윌의 어머니는 윌에게 형이 살아있다는 말을 남깁니다. 윌의 형은 11년 전 이웃집 소녀를 잔인하게 강간 살해한 혐의를 받은 후 어디론가 잠적해버렸지요. 어머니의 말에 혼란을 느낀 것도 잠시, 사랑하는 연인인 실러가 언제나 당신을 사랑한다는 짧은 메모를 남기고 잠적하고, 곧이어 윌에게 FBI 요원들이 찾아와 실러를 찾습니다. 윌은 그들에게서 한 살인현장에 그녀의 지문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듣고 충격에 빠지게 되는데요…

 

 개인적으로 반전 소설을 좋아하지만, 최근의 몇몇 소설들은 반전이 소설을 잡아먹는 경우가 있어서 좀 안타까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훌륭한 반전은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반전을 위해 이야기의 진행에 구석구석 장치가 준비되어 있고, 이야기를 차근차근 따라온 독자는 반전을 마주대했을 때 단순히 충격을 느끼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점차 결과를 납득하게 되죠. 하지만 개연성 없이 그저 독자가 '예상치 못한' 반전을 준비하고자 하는 작품들은 여러 번 읽어도 반전에 대한 근거나 힌트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다 읽고 나면 '충격적이다' 라는 감상 이외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되는 거지요.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꽤나 잘 만들어진 반전을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도 좋으실 거에요.

 

본 컬렉터 진정한 페이지 터너라는 것이 어떤 이야기인지 알고 싶으시다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제프리 디버의 책도 추천합니다. 제프리 디버의 작품 중 최고는 단연 링컨 라임 시리즈지요. 주인공인 링컨 라임은 현장에서 입은 부상으로 인해 목 윗 부분과 오른손의 약지만 움직일 수 있게 된 전직 범죄학자입니다. 스스로는 죽을 수도 없게 된 탓에 인생의 최대 목표가 자살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지요. 이런 링컨 라임에게 범인이 현장을 연출한 것이 분명한 기이한 살인 사건이 날아들고, 또한 그 사건의 최초 발견자인 배짱좋은 순찰경관 아멜리아 색스와 만나게 되면서 이 뛰어난 스릴러 시리즈의 1권, 본 컬렉터는 시작합니다.

 

 이 소설을 보면서 스스로 가장 신기하게 생각했던 점은 소설의 주인공이 스스로 걷기는 커녕 일어나 앉을 수도 없는 전신 마비 환자라는 점이었어요. 기존에 봐 왔던 어떤 추리소설에서도 주인공이 이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경우는 없었으니까요. 우리가 본 추리소설의 주인공들은 제임스 본드처럼 만능은 아니었어도 최소한 자신의 발로 걸어다니며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신체적으로 자유로운 사람들이었잖아요. 링컨 라임은 그런면에서 아주 새로운 유형의 주인공이에요. 하지만 그것이 작가인 제프리 디버가 의도한 아이러니라는 생각은 가끔 하곤 합니다. 신체적으로는 자기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링컨 라임이 범인을 만나 사건을 진두지휘 할 때에는 팀에게 완벽한 통제력을 발휘하고, 심지어는 경찰까지 민간인 신분인 링컨 라임의 명령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니까 말이죠.

 

 반전에 대한 이야기를 할런 코벤의 작품에서 한 번 언급했지만, 사실 반전의 대가라고 불리는 것은 이 제프리 디버지요. 치밀한 구성과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사건, 그에 따른 반전이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합니다. 보이는 어떤 것도 믿지 마세요! 책 속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정신을 단단히 차리셔야 할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프리 디버가 벌이는 이 화려한 범죄극에 속지 않을 수는 없으리라고 생각해요. 사실 그래서 볼 맛이 있는 책이니까요 :D

 

탈선 이번에는 조금 낯선 이름이실지도 모르겠어요. 위에 소개해드린 작가들보다는 비교적 신인 작가라고 볼 수 있는 제임스 시겔탈선입니다. 찰스는 출근길의 지하철에서 우연히 루신다라는 여성을 만나게 됩니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그녀와 사랑에 빠져든 찰스는 아내와 아픈 딸을 두고 몰래 부정을 저지르게 되지요. 하지만 함께 들어갔던 한 호텔에서 찰스는 루신다와 함께 있는 장면을 어떤 무뢰배에게 들키게 되고, 루신다는 그 사람에게 강간까지 당하게 됩니다. 무뢰배인 바스케즈는 찰스와 루신다에게 연이어 돈을 요구하고, 찰스는 회사 돈을 횡령하고 아픈 딸의 보험까지 빼내며 돈을 갖다주지만 쉽지가 않아 힘듭니다. 더 이상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 찰스는 바스케즈를 상대할 만한 사람으로 회사의 우편물 담당인 윈스턴을 바스케즈와 만나기로 한 자리에 내보내지만 윈스턴이 처참히 살해당한 모습으로 발견되면서 찰스의 운명은 더더욱 수렁속으로 빠져드는 듯 해 보입니다.

 

 우연히 만난 여자와의 부정으로 인해 인생 전체가 궤도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 '탈선'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이 미련하고 한심해 가슴을 탕탕 치다가도 어쩐지 묘하게 '나도 저 상황이라면 저렇지 않을까' 하는 공감을 하게 돼요. 구성이나 스토리가 다소 엉성하다고 생각되는 장면도 있지만 빠르게 진행되는 스토리와 제목처럼 한 순간의 실수때문에 탈선한 남자의 이야기를 설득력있게 풀어놓는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커버를 해 줍니다.  

 

 여기까지 현대 영미 미스터리 작품을 추천해드렸습니다. 몇 가지 더 추천하자면 제임스 패터슨우먼스 머더 클럽 시리즈(우리나라에는 황금가지에서 첫 번째 희생자두 번째 기회,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쓰리 데이즈, 해프문 베이 연쇄살인, 한 밤의 배회자까지가 나와 있습니다)도 나쁘지 않고, 딘 쿤츠의 작품들도 나쁘지 않아요. 딘 쿤츠는 할런 코벤보다 조금 심심하다고 생각하는 편이긴 합니다만 한 작품 추천하자면 벨로시티를 꼽고 싶네요. 히스토리 팩션 류의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로버트 해리스의 소설도 좋습니다. '독일이 세계 2차 대전에서 승리했다면?' 이라는 가정을 하고 진행되는 당신들의 조국도 추천할만하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은 곧 영화로 개봉할 고스트 라이터입니다. 스콧 스미스심플 플랜도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작품이죠.

 

6인의 용의자 자, 영미 미스터리를 돌아보고 왔으니 이제 다른 나라의 추리소설을 돌아보도록 합시다. 먼저 추천해드릴 작품은 비카스 스와루프6인의 용의자입니다. 작가 이름이 익숙하시다고요? 비카스 스와루프는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원작인 소설 Q & A -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작가입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이미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비카스 스와루프는 꽤 뛰어난 스토리텔러입니다. 그 능력이 이 소설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지요.

 

 세력가인 내무장관의 아들이자 인도 내 둘도 없는 무뢰한인 비키 라이는 자신이 저지른 살인에서 무혐의로 풀려나자 자축파티를 열지만, 그 자리에서 누군가에게 살해당합니다. 살해무기는 권총. 그 자리에서 총을 갖고 있던 여섯명의 용의자가 체포되지요. 용의자는 비키 라이의 아버지부터 영화 제작인이라는 어수룩한 미국인, 옹게족 원주민 청년, 인도 최고의 여배우까지 도통 용의자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적합찮은 사람들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여섯의 용의자는 각자의 혐의가 짙어지고, 막바지까지 도대체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도록 사건은 꼬이고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며 여섯의 용의자가 유기적으로 엮여들어갑니다. 제 감상은 스토리텔링도 스토리텔링이거니와, 마지막장에서 자신의 범행을 고백하는 범인의 정체와 범행 이유가 가히 충격적이고 또한 작품의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을 한 마디로 정리해 주는 것 같아 인상깊었던 작품이었어요.

 

편집된 죽음 자, 드디어 대망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원래 히로인은 맨 마지막에 나오는 법이지요. 기존에 마프방에서도 한 번 추천해드린 적이 있었던 장 자크 피슈테르편집된 죽음입니다. 제가 추천해드린 책 중에 연기로 그린 초상, 테이킹 우드스탁과 더불어 가장 많은 피드백과 호응을 받았던 작품이고, 또한 제가 강력 추천하는 미스터리 소설이기도 하지요. 이미 한 번 추천했던 글이기에 보신 분도 있으시겠지만 못 보신 분들을 위해 한번 더 추천해보려고 해요.

 

 주인공인 에드워드 램은 30년 지기 친구인 니콜라 파브리가 프랑스 최고의 문학상 공쿠르상을 받는 자리에 함께합니다. 에드워드는 평생 니콜라의 그늘에 가려서 햇볕을 보지 못하고 살아왔지만, 그 날을 기점으로 무언가를 실행할 결심을 하게 돼요. 하지만 그 씨앗은 니콜라가 본인의 인생에서 최고의 영예인 공쿠르상을 수상하던 그 날 잉태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씨앗은 에드워드 자신도 모르게 수십년 전부터 그의 가슴 속에 자그마한 뿌리를 내리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이제 그 씨앗이 꿈틀꿈틀 싹을 틔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악마적이며 또한 천재적인 음모의 덫을요.

 

 추리소설에 우아하다는 말을 붙이는 것은 독특한 묘사이긴 하지만 이 소설에 그 이상으로 어울리는 말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말 그대로 우아하고 지적인 미스테리입니다. 또한 꼭 살인과 타임리밋등의 요소가 있어야 서스펜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몇몇 스릴러 작가들에게 그렇지 않음을 아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만일 읽어보시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이 책을 구입하세요. 도서관으로 뛰어가세요! 이제 이 책을 읽기 시작하실 여러분이 부럽습니다 :)

 

 

 

 자, 3단계에 걸친 책 추천이 끝났습니다. 사람이 책을 읽는 것은 제각각이라 저 위의 추천글의 어떤 단계도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분이 많으실 거에요. 저만 해도 닥치는대로 손에 잡히는 책을 읽는 타입이기도 하고요. 난 여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데 어쩌지? 난 히가시노 게이고와 미야베 미유키 소설이 유명하다고 해서 그 사람들 소설만 봤는데? 난 현대 영미 미스터리물만 봤는데 그럼 고전 추리소설은 못 보는 거 아냐? 이런 걱정을 하고 계신가요? 그러지 마세요! 일단 읽지 않은 책을 집어드세요. 그리고 시작하세요. 책을 못 읽고 후회하실 일은 있을지 몰라도 책을 읽고 후회할 일은 없어요. 과감하게 도전하는 겁니다! 그리고 넓고 깊은 추리소설의 세계에 푹 빠져드세요!

 

 


사진2  아서 코난 도일. 「공포의 계곡」
사진3  
애거서 크리스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0시를 향하여」, 「열세 가지 수수께끼」
사진4  코넬 울리치, 「밤 그리고 두려움 1」
사진5  빌 S. 밸린저, 「이와 손톱」
사진6  에도가와 란포,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 2(본격추리), 3(기괴환상)」
사진7  요코미조 세이시, 「팔묘촌」
사진8  미야베 미유키, 「이유」
사진9  다카노 가즈아키, 「13계단」, 누쿠이 도쿠로, 「우행록」
사진10  마이클 코넬리,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사진11  할런 코벤, 「영원히 사라지다」
사진12  제프리 디버, 「본 컬렉터」
사진13  제임스 시겔, 「탈선」
사진14  비카스 스와루프, 「6인의 용의자」
사진15  장 자크 피슈테르, 「편집된 죽음」

 

 

 

 

 

 

  • 추리소설 고르기

 

 드디어 제가 추천하는 책의 목록이 끝났습니다. 기나긴 여정을 따라오시느라 수고하셨어요. 이젠 다른 책을 읽고 싶으신 분을 위해 간략하게 추리소설 고르는 법에 대해 써 봤습니다. 추천해드린 책과 마찬가지로 이 기준도 절대적이거나 꼭 지켜야 할 사항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참고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답니다. 참고만 해 주세요.

 

 1. 다양한 장르문학 기획 라인을 참고하면 도움이 됩니다 :

 

 요즘은 우리나라에도 추리소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출판시장에서 장르문학이 차지하는 파이가 커짐에 따라 다양한 장르문학/추리소설 전문 출판사와 장르문학 기획 라인이 생겨났습니다.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로는 대표적으로 황금가지, 비채, 북스피어 등이 있고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도 상당수의 추리소설을 펴 내고 있으며 시공사에서도 장르문학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장르문학 기획 라인으로는 비채의 모중석 스릴러 클럽,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 클럽, 문학동네의 블랙 펜 클럽, 시공사의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등이 있어요.

 

 추리소설 기획 같은 경우 한 작가의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한 기획에서도 다양한 분위기의 작품이 나올 수 있지만, 대체로 기획의 목적에 걸맞는 작품을 엄선하기 때문에 추리소설을 고를 때 참고가 되실 거에요.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 클럽 같은 경우 과거에 번역본이 나오지 않았던 클래식한 고전에서부터 최근의 크라임 스릴러, 일본의 신진 추리소설 작가, 심지어는 우리나라의 공포 문학까지 다양한 작품을 다루고 있는 라인이고요. 문학동네의 블랙 펜은 장르문학 중에서도 뛰어난 문학성을 인정받은 작품들을 주로 출간해낸다는 특징이 있지요. 모중석 스릴러 클럽은 주로 유명한 현대 영미 미스터리 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해 평작 이상의 수준의 작품을 펴내는 게 특징입니다. 인터넷에서 직접 작품 목록을 찾아보시는 것도 도움이 되실 거에요.

 

 2. 독자들의 리뷰를 참고하되, 별점을 100% 신뢰하진 마세요 :

 

 추리소설은 장르 특유의 재미를 기대하고 보는 소설이기 때문에 이미 본 독자들의 평가가 꽤 정확하게 들어맞을 때가 많습니다. 독자들이 인터넷 등에 올린 리뷰를 참고하세요. 입을 모아 한 목소리로 별로라고 이야기하는 작품은 실제로 직접 읽었을 때에도 별로일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리뷰 하나하나의 의견에 책을 읽을까 말까 갈팡질팡하거나 별점에 크게 좌지우지되지 마세요. 독서란 참으로 주관적인 활동이라, 누군가에겐 정말 깊은 감상을 남겼던 작품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닌 작품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요. 읽고 싶다면 읽으세요!

 

 3. 다독하세요! :

 

 가장 중요한 부분이네요. 다독하세요. 많이 접하면 접할수록,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추리소설을 보는 시야는 깊고 넓어지고 작가와 작품을 선별하는 눈도 높아집니다. 블로그 등에서 책 추천을 해달라는 리플에 좋은 책을 읽고 싶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좋은 책을 선별하고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없다면 좋은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그 책의 진가를 100% 이해할 수 없지 않을까요? 처음엔 일단 많이 읽으세요! 그리고 좋은 책은 또 읽고 다시 읽으세요. 자연스레 추리소설을 골라낼 수 있는 내공이 생기실 거에요 :D

 

 

 

 

 

 

  • 추리소설을 읽기 시작할 때 참고하면 좋은 사이트 링크

 

 여기는 추리소설을 읽기 시작할 때 도움이 되실 사이트 세 개를 링크해 두겠습니다. 가입하시고 많은 정보를 얻어가실 수 있을 거에요.

 

 화요추리클럽 http://whodunit.cyworld.com

 러니의 스릴러 월드 http://cafe.naver.com/thrillerworld.cafe

 웹진 판타스틱 http://cafe.naver.com/nfantastique.cafe

 

 

 

 

 

 

 자, 여기까지입니다. 길디 긴 글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D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무려 3일이나 걸린 긴 글이 되었네요. 3일이나 걸려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헥헥.

 3일이나 걸려 읽으시느라 수고 많았다는 말은 농담이지만(ㅋㅋㅋㅋ), 저는 3일간 쓰느라 많은 노력을 한 글이에요. 위에 나온 책들을 고르기 위해 책 목록을 뒤지고 추천할 책을 선정하고, 책장에서 한권 한권 다 뽑아다가 일일이 다시 보고 웹에서 기사도 찾아가며 작성했어요. 부디 힘들게 쓴 만큼 많은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글이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다시 한 번 여기까지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쪽쪽♥

Posted by 그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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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티스토리 가입이 이렇게 힘들줄이야.
초대장 받기가 너무 어려웠다. 초대해주신 분께 큰절이라도 해야 할 듯ㅜㅜ;

여튼 새롭게 티스토리에 입성한 걸 축하하며!

꾸준한 포스팅만이 살길이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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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그린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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