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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등에 대한 주관적인 리뷰가 올라오는 공간입니다 그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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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11 MD특집|애거서 크리스티-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들어가기 전에∥이 글을 잘 읽으시는 방법
1. 하늘색 볼드체로 쓰인 글씨는 책 제목이며, 링크를 걸어두었습니다.
더 다양한 정보를 얻고 싶으실 땐 클릭하시면 YES24의 해당 책으로 연결됩니다.
2. 책 본문을 인용할 경우 회색 이탤릭체를 사용했습니다.
3.
제가 추천하는 책들은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선정된 책들입니다.
도서 취향이란 제각각이기 때문에 제가 추천한 책이 취향에 맞지 않으실 수도 있어요T-T
 취향에 맞지 않으신다고 무조건 덮지 마시고 다른 장르문학에 용감하게 부딪쳐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추리소설에 관심있으신 분들이라면 언제고 한 번쯤은 '세계 3대 추리소설'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사실 이 세계 3대 추리소설은 일본 요미우리에서 선정한 해외 추리소설 베스트 20의 1, 2, 3위가 잘못 알려진 것에 지나진 않긴 합니다만, 확실히 이 세 가지 추리소설은 추리소설 초심자라면 제일 먼저 읽어야 할 추리소설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책이지요. 윌리엄 아이리시(코넬 울리치)환상의 여인엘러리 퀸Y의 비극, 그리고 마지막이 바로 제가 지금 소개하려는 애거서 크리스티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입니다. 

 세 가지 소설 중에서도 특히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충실한 소설적 구성과 기발한 결말로 당시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도 영화와 소설을 비롯한 수많은 작품에서 오마주되고 있어요. 현대의 다양한 매체에서 재생산됨으로서 대중들에게 향유되는 것이 고전의 가치라면 추리소설 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만큼 고전의 가치를 제대로 증명하고 있는 작품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

 소설은 호화로운 저택이 세워져있는 병정 섬에 열 사람이 모여들면서 시작합니다. 갖가지 거짓된 이유로 이 섬으로 불려온 이 열 사람은 직업도, 사회적 지위도, 성별도, 성격과 생김새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지요. 하지만 저택으로 초대된 첫 날 의문의 목소리는 여기 불려온 열 명은 모두 누군가의 죽음에 책임이 있거나 누군가를 죽게 한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여기 있는 모두가 타인의 살해에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것이지요. 전원이 그 목소리에서 받은 섬뜩한 느낌을 채 떨쳐버리기도 전에 한 사람이 술에 타 놓은 청산가리로 독살당하고, 이내 남은 사람들은 연이은 죽음이 방에 걸려있는 오랜 자장가와 같은 순서로 이루어진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열 꼬마 병정이 밥을 먹으러 나갔네.
하나가 사레들었네. 그리고 아홉이 남았네.
아홉 꼬마 병정이 밤이 늦도록 안 잤네.
하나가 늦잠을 잤네. 그리고 여덟이 남았네.
여덟 꼬마 병정이 데번에 여행 갔네.
하나가 거기 남았네. 그리고 일곱이 남았네.
일곱 꼬마 병정이 도끼로 장작 팼네.
하나가 두 동강 났네. 그리고 여섯이 남았네.
여섯 꼬마 병정이 벌통 갖고 놀았네.
하나가 벌에 쏘였네. 그리고 다섯이 남았네.
다섯 꼬마 병정이 법률 공부 했다네.
하나가 법원에 갔네. 그리고 네 명이 남았네.
네 꼬마 병정이 바다 향해 나갔네.
훈제 청어가 잡아먹었네. 그리고 세 명이 남았네.
세 꼬마 병정이 동물원 산책 했네.
큰 곰이 잡아갔네. 그리고 두 명이 남았네.
두 꼬마 병정이 볕을 쬐고 있었네.
하나가 홀랑 탔네. 그리고 하나가 남았네.
한 꼬마 병정이 외롭게 남았다네.
그가 가서 목을 맸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中, 애거서 크리스티



 애거서 크리스티가 직접 마더 구스에 나오는 영시를 소설과 걸맞게 수정한 이 시는 독자에게 미스터리를 제시할 뿐만 아니라 소설 전반의 섬뜩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이끕니다. 범인이 누구인지, 왜 이런 일을 저지르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의 무자비한 심판 아래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는 희생자들의 운명을 노래하고 있는 것만 같아 섬칫하기까지 하지요. 결국 아무도 살아남지 못하리라고 예고하는 것과 같으니까요.

 범인은 누구일까요? 그는 왜 이런 일을 저지르는 걸까요? 여러분이 편 마지막장에 남은 최후의 한 사람, 그가 범인일까요? '그리고 아무도 없었네' 라고 노래하는 저 시가 무엇을 예고하고 있을까요? 책을 펼쳐 읽다보면 이런 궁금증이 무럭무럭 솟아오르는 걸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범인의 정체도 목적도 모호한 상황에서 교묘하게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글을 이끌어나가는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솜씨는 가히 발군이니까요. 궁금하시다면 책이 이끄는대로 따라가시면 됩니다. 준비된, 하지만 예상치 못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거에요 :)

 그럼 이 책을 모티프로 하거나 이 책에 오마주를 바치는 다른 매체들을 몇 가지 살펴보기로 할까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이 소설은 혁신적인 결말로 당시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단지 당시의 대중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 오늘날의 감독과 작가 등 현대 대중문화를 이끄는 사람들도 이 책에 대한 찬사를 보내곤 하는데요, 그 중 유명한 몇 가지만 꼽아볼까 합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영화 아이덴티티의 스틸컷입니다. 이 영화는 개봉 초기부터 감독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 모티프를 따 온 것이라고 밝혀 화제가 되었었지요. 실제로 영화 자체의 결말은 책과 전혀 상관이 없지만 구성은 상당히 흡사하게 흘러갑니다. 영화 내에서 사건이 일어나는 외딴 여관에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모이고 이유를 모른채 사람들이 살해되기 시작하죠.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 소설적 장치로서 효과적으로 사용한 클로즈드 서클 - 밀실살인보다 큰 범주의 '고립된 상황' 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폭설이 내리는 산 위의 산장, 배가 끊긴 외딴 섬, 연락 수단이 모두 끊긴 별장 등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다룬 추리소설이 바로 클로즈드 서클 상황을 바탕으로 한 추리소설이에요. 추리소설에는 이런 상황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자주 다루는데, 이런 경우 사건의 피해자와 범인을 한정지을 수 있으며 알리바이 검증이 쉬워지기 때문이지요 - 상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은 물론이고, 범인이 정체를 감추기 위해 사용한 트릭도 책과 상통하는 점이 있습니다. 만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감독이 영화에 숨겨놓은 장치를 찾으며 보는 것도 꽤 즐거운 일이 될 것 같아요.

 아야츠지 유키토의 소설 십각관의 살인 역시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보내는 오마주인 것으로 유명하죠. 외딴 섬으로 여행을 간 일행, 살인 예고, 그리고 예고대로 벌어지는 살인... 키워드만 들어도 벌써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대한 오마주인 것이 일목요연하게 보이지 않나요? 더군다나 이 섬으로 여행을 간 미스터리 동호회 회원들은 동호회 전통에 따라 추리소설 고전 황금기의 작가들 이름을 별명으로 사용합니다. 아가사(애거서 크리스티)가 등장하는 건 물론이구요. 사회파 미스터리가 만연하던 당시의 일본 추리소설계에 고전 추리소설과 같은 트릭을 기본으로 하는 추리소설로 승부하겠다는 작가의 의지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요. 물론 그 중에서도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보며 강한 결심을 굳히지 않았을까요? 아이덴티티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구성 위해 작가가 새롭게 자신만의 세계를 펼쳐냅니다. 한 번 읽어보시고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른지 한번 비교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비교해드릴 매체는 작년, MBC에서 방송했던 무한도전 7(세븐) 특집입니다. 당시에도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대한 오마주라고 인터넷에 비교하는 글이 올라왔었던 걸로 기억해요.


 방송을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멤버들이 방 안에 들어오고 나서 방문은 밖에서 잠깁니다. 크리스티의 소설에서 등장인물들이 섬 안에 고립된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 즉 클로즈드 서클 상황을 만드는 것이죠. 또한 서로를 불신함으로 인해 연속적으로 희생자가 나오고 단 한명만이 남는 것 역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 그대로 찾아볼 수 있는 설정입니다.

 캡처에서 볼 수 있는 방송 마지막 장면은 더욱 노골적이지요. 혼자 남은 마지막 희생자, 살해당한 것을 나타내듯 인형에 뭍은 혈흔, 환청,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라는 자막도요. 스포가 될까봐 넣지 않았지만 소설과 정말 완전히 같은 장면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떠신가요? 소설 자체의 내용도 재밌고 흥미롭거니와, 이렇게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변주되고 있는 작품이니 소설적 구성이 얼마나 탄탄하고 충실한지는 두 번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읽으셨던 분들은 다른 매체와 비교하며 다시 한번 곱씹어,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은 망설이지 않고 읽을 만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더운 여름, 시원한 추리소설과 함께하는 밤 되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









이 글은 매거진덕(Magazine Duck)에서 화요일마다 연재되는 추리소설특집글입니다
매주 화요일, 매거진덕과 이곳에 동시에 게시됩니다

Posted by 그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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