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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등에 대한 주관적인 리뷰가 올라오는 공간입니다 그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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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26 MD특집|미나토 가나에-고백 2

 

들어가기 전에∥이 글을 잘 읽으시는 방법
1. 하늘색 볼드체로 쓰인 글씨는 책 제목이며, 링크를 걸어두었습니다.
더 다양한 정보를 얻고 싶으실 땐 클릭하시면 YES24의 해당 책으로 연결됩니다.
2. 책 본문을 인용할 경우 회색 이탤릭체를 사용했습니다.
3. 책에 따라 어느 정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피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피해주세요T-T
4.
제가 추천하는 책들은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선정된 책들입니다.
도서 취향이란 제각각이기 때문에 제가 추천한 책이 취향에 맞지 않으실 수도 있어요.
취향에 맞지 않으신다고 무조건 덮지 마시고 다른 장르문학에 용감하게 부딪쳐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분명 제가 사직을 결심한 것은 마나미의 죽음이 원인입니다.
하지만 만약 마나미의 죽음이 정말 사고였다면,
슬픔을 달래기 위해서도, 그리고 제가 저지른 죄를 반성하기 위해서도
교사직을 계속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사직하는가?
마나미는 사고로 죽은 게 아니라 우리 반 학생에게 살해당했기 때문입니다.
<고백> 中, 미나토 가나에

 인용구는 얼마 전 영화로 개봉해 일본 열도에서 화제를 불러모은 소설의 일부입니다. 소설과 동명의 영화는 당시 '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 라는 홍보 문구로 큰 관심을 모았었지요. 바로 미나토 가나에고백입니다 :)

 한 학년의 마지막 날, 사임을 앞둔 여교사가 자신의 반 학생들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고백합니다. 학교에서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자신의 딸이, 사실은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우리 반의 학생에 의해 살해당했다고요. 뜻밖의 고백에 놀란 학생들의 소요는 아랑곳 않고 여교사는 말을 잇습니다. 자신이 이 사실을 고발하더라도 결국 소년법에 의해 보호받는 나이의 두 학생은 미미한 처분만을 받고 풀려나게 될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법에 의한 처분을 원치 않았다고요. 그 대신 여교사가 택한 '복수'는 실로 충격적인 방법입니다. 범인의 우유에 에이즈에 감염된 혈액을 섞어놓았던 것이지요. 충격에 휩싸인 학생들을 뒤로 하고 여교사의 고백은 끝을 맺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야기는 여교사의 고백인 '성직자'편에 이어 순교자-자애자-구도자-신봉자-전도자로 이어지며 이 충격적인 사건에 엮인 사람들의 고백을 담습니다. 여교사와 범인인 학생들의 고백은 물론이고 그 사건을 옆에서 지켜봐야 했던 동급생과 범인의 누나, 어머니 등의 시점으로 이어지는 고백은 한 가지 살인사건 속에 숨겨진 또다른 이야기를 그립니다. 언뜻 사회파 추리소설의 대가인 미야베 미유키이유를 떠올리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미미여사의 '이유'에서 한 가지 살인사건에 얽힌 수많은 사람들의 사정과 그들을 그렇게 만들고 만 사회적 배경을 그리고 있다면 이 소설에서는 좀 더 개인적이고 은밀한 개개인의 사정을 심도 깊게 다루지요. 어쩌면 그래서 이 이기적인 인물들을 우리는 동정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동
정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이 소설을 읽으며 느낀 것은 모든 인물상들이 정말 '인간적으로 이기적인' 인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인물의 행동에 공감하고 그것을 이해한다는 뜻이 아니라, 남의 눈에 있는 말뚝보다 내 눈에 있는 가시가 더 아픈 '인간'으로서 자신의 아픔과 상처에만 급급해 남의 사정은 돌볼 줄 모르는 인물상들에 묘한 연민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지요. 교사로서 아이들을 계도하고 훈육해야 하지만 어머니로서의 아픔을 극복할 수 없었던 사람이나, 어릴 적 엄마의 비뚤어진 애정을 받고 자라 오로지 이젠 얼굴을 볼 수도 없는 어머니의 애정을 갈구하는 소년, 혹은 아들에게 모든 기대를 걸고 있는 어머니. 하지만 인간적으로 드는 연민과 동정과는 별개로 비뚤게 자라난 그들의 자아는 결국 자신의 죄값에 걸맞는 결말을 불러오게 되지요.

 소설은 복수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복수가 전부인 이야기는 아닙니다. 복수하는 행위 자체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거나 혹은 복수의 무용에 대해 말하는 이야기가 아니지요. 또한 여교사의 입을 빌어 미성년은 어떤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제재할 수 없는 소년법에 대한 비판도 설득력있게 그려내지만 그 역시 소설의 주제는 아닙니다. 어린 나이에 어이없이 숨져버린 딸의 복수를 위해 나선 여교사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그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사람들의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것은 누구인지... 

 간혹 추리소설을 읽으며 등장인물의 행동에 '왜?' 라는 의문이 드셨다면 이 책만큼 좋은 책은 없겠네요.
일본 특유의 감성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그려진 인물상만큼은 현재의 한국에도 충분히 존재할 만한 현실감 있는 캐릭터이기에 더욱 아무 생각 없이는 읽히지 않는 책일 겁니다. 곰곰이 생각하며 읽으시고 영화도 꼭 보시길 권합니다. 책도 영화도, 특히 영화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2차 창작을 한 영화 중 드물게도 수작이거든요. 더운 여름, 시원한 추리소설과 함께하는 밤 되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










이 글은 매거진덕(Magazine Duck)에서 화요일마다 연재되는 추리소설 특집글입니다
매주 화요일, 매거진덕과 이곳에 동시에 게시됩니다

Posted by 그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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